* 작가 평론
잔잔하게 퍼진 물안개를 보니 붉은 해가 엿보이는 새벽녘이다. 연기처럼 퍼지는 물방울이 만든 파동 말고는 죽은 듯 고요하다. 어느 하나 과한 것이 없고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풍경, 노현우 작가는 익숙한 듯 낯선 풍경으로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유목적 진리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풍경화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노현우 작가의 작품 속에는 생생한 재현과 풍부한 감성이 모두 담겨있다. 지평선과 맑은 하늘, 꽃피는 산야, 노을 지는 물가 등 일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속에 자연스럽게 일렁이는 빛의 흐름을 담았다. 탄탄하게 쌓아 올린 물감의 레이어 사이로 환희, 경이, 적막, 고독 등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풍경이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시대와 개인의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반영한 결과물’ 이라고 말하며,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유목적 진리를 탐구하는 작품을 이어 나간다. 그에게 작품들은 기억과 감정의 흔적들을 기록하면서도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시대와 개인의 생활상을 반영한 결과물이자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 진리를 따르려는 인간 심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메시지이다.
다양한 감정의 하늘빛과 정렬과 조화의 풍광을 만들어 내는 나무, 벌판에 비치는 하늘빛을 반사하는 호수나 강물의 잔잔함은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벌판에 서있는 나무들과 먼 산들 너머 보이는 소실점에서는 지평선과 하늘이 만나 감추어진 존재의 이념을 예시하고 있다.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넓은 하늘에는 구름이 무겁게 덮여 있고 지평선 가까이에만 밝게 들어오는 빛과 멀찍이 보이는 벌판은 쓸쓸한 고요함을 안겨준다.
작가의 회화적 감수성은 고독한 풍경에의 묘사와 조용한 서정성으로 고조화된다. 침착하고 차분한 중간 채도의 색상으로 시각적 호소력을 갖고 있다. 6년 동안 러시아 레핀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서양화 전공 과정을 마치며 터득한 탄탄한 데생 실력은 물론이고 치밀한 구성력과 섬세한 밀도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었기 때문에, 작가의 손끝에서 다져지는 풍경들은 고밀도의 완성도를 위해, 지난한 작업 과정을 인내하여 탄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