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과정의 소회
석고판 위에 지나가는 붓질로 얇은 한 장 한 장의 색 흙판들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흙판을 원하는 두께로 흙물(슬립)을 풀처럼 이용하여 서로 붙여준다. 완전 건조시킨 흙판을 위에 기하학적이거나 추상적인 선, 선과 선이 교차하여 생기는 면들을 조각도와 같은 정형도구로 사용하여 조각을 한다. 조각의 깊이에 따라 드러나는 흙판의 색이 달라지기에 같은 도안 안에서 다양한 색, 다양한 깊이감을 엿볼 수 있다.
작업의 의도함에 따라 평면에서 입체감이 극대화되는 역동적인 선의 흐름과 깊이감 있는 면을 표현하기도 하고, 최소함의 입체감으로 잔잔한 회화 같은 느낌을 구현하기도 한다.
입체적 조형, 색감이 주는 시각적 효과, 곡선과 직선, 그 선들이 서로 교차하며 생기는 추상화 된 화면 속의 면들. 이러한 작업은 선택된 색의 흙판 위에 선의 길이를 조절하고 면의 깊이를 조절하여 조각하는 작가의 작업관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놓이는 공간과 위치에 따라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에 상상력을 부여한다. 누군가 유화 캔버스에 달항아리 같은 도자기를 그리듯, 흙으로 만들어진 캔버스 안에 칼로 그림을 그리는 것. 회화이면서 조형작품이 되는 것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놓아지기도 하고, 건물의 한 면을 이루는 작은 unit가 되어 전체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